 |
|
| 2001년 8월 [조선일보] 노재명의 일사일언 초고(4) 다시 시작된 국악의 대물림 |
|
|
|
|
|
2001년 8월 [조선일보] 노재명의 일사일언 초고(4) 다시 시작된 국악의 대물림
3대째 하는 약방에서는 묻지도 않고 약을 사온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어느 한 분야를 3대 정도만 대물림하여도 그 지식과 쌓인 경험은 타인에게 큰 신뢰를 준다. 그리고 내 자식이 나중에 내 자리에 앉아서 일하게 될텐데 하는 마음은 직업 정신을 올바로 갖게 한다. 뒤를 이어서 일하게 될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최소한 자신이 일하고 있는 동안 부조리는 저지르지 않는다.
전통 신분사회에서는 태어나는 순간 직업이 거의 숙명처럼 정해지고 가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기에 가업의 대물림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생존을 위해선 숭고하게 행해야만 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중반 이후 직업도 많이 생겨났고 노력만 하면 어떤 직업이든 선택이 가능해졌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과연 3대 이상 대물림되고 있는 직업이 있는가? 투철한 장인 정신은 또 얼마나 존재할까? 현재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시골의 노인 대부분은 선조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가업과 천직으로 여기고 농사를 짓고 있으나 이제 그 일을 물려 받고자 하는 이는 많지 않다.
국악인을 한때 광대라 하여 천시한 사회 풍조 때문에 그들은 일찍이 유서깊은 가업의 세습을 많이 끊었다. 그러나 이제 국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그들은 다시 대물림을 시작하고 있다. 직업에 귀천은 있을 수 없다. 어떤 직업이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 대물림이 많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 점에서 다시 대물림을 시작한 국악계의 왕성한 움직임에 박수를 보낸다.(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2001년11월4일
|
| 2004-07-10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