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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월 16일자 [주간 삼성 SDI World 제194호] 노재명의 국악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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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16일자 [주간 삼성 SDI World 제194호] 노재명의 국악 칼럼 초고
* 다음 글은 2002년 1월 16일자 [주간 삼성 SDI World 제194호] 3면 {SDI 오솔길} 칼럼 코너에 실린 글의 초고이다.
대중의 박수에 울고 웃는 가수, 법의 보호를 받는 국악인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매주 텔레비전에서는 최고의 가수를 뽑는 시상식이 열린다. 인기 지지도, 음반 판매량, 방송 횟수 등에 따라 집계되는 이 시상식에서 열광하는 팬들의 광적인 박수와 가수들의 뜨거운 눈물을 볼 때마다 필자는 그 진실함에 매료되곤 한다.
가수가 되기 위해 안해 본 일이 없고 온갖 설움 다 겪어 봤고 소위 뜨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전략은 다 구사해 봤다고 하는 대중음악인들의 인터뷰를 접하게 되면 그들이 서있는 위치가 결코 낯설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 인기를 얻기까지의 땀과 노력이 진실로 값지게 여겨진다. 비록 연예계가 극도의 상업성, 인기 조작, 뇌물 비리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오늘날 이땅의 대중음악 중앙무대에 놓여있는 것은 우리 고유의 음악이 아니라 외래음악들이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국악이 우리의 대중음악이었으나 지금은 온통 외국의 영향을 받은 음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그 무대에 서서 눈물을 흘리는 1위를 수상한 가수가 판소리 명창 아무개라면, 신문지상에 시시콜콜한 행동 하나 하나가 관심거리로 부각되는 대중음악인이 가야금 연주자 아무개라면, 길거리를 제대로 활보할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팬들이 운집하는 유명 가수가 민요 명창 아무개라면 좋으련만. 이런 망상에 사로잡힐 때가 종종 있다.
우리 전통음악의 국보 인간문화재가 공연을 한들, 음반을 낸들, 스캔들이 난들, 외국 나들이를 한들, 타계를 한들 세상은 무관심할 뿐이다. 90세를 넘긴 백발의 인간문화재가 홀로 간직하고 있는 유서깊은 소리를 배우려는 사람도 없고 어느 누구 하나 녹음 등의 기록으로 남기려 하지도 않고 결국 그 노인이 세상을 떠나면 그 보물과도 같은 소리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국악? 오늘날 명목상으로만 우리의 것인 이 음악은 현재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마치 멸종된 호랑이 몇 마리 간신히 생명 유지시키며 동물원 안에 가두어 놓듯이 말이다.
특수한 법 없이도 살았던 옛 명창들, 국악이 나날이 번성했던 국악이 대중음악이었던 시절이 꿈만 같다. 양반 신분도, 산더미같은 재산도 마다하고 광대이고자 했던 명창 권삼득, 명고수 김명환의 무모한 용기가 부럽다. 요절한 명창 안향련이 그립다.
1981년 자살한 안향련은 인간문화재도 아니었고 인간문화재가 되고자 하지도 않았다. 허나 귀명창들의 추임새와 환호는 독차지하고 싶어했고 그녀는 30대 젊은 나이에 그 꿈을 이뤘다. 심사위원 몇 사람에 의해 판가름나는 인간문화재라는 제도적 명창이 아닌 수많은 귀명창들 여론에 의해 자연스레 떠오르는 명창의 탄생을 다시 보고 싶다. 이게 허황된 망상일까? 이게 다행히 가능한 일이라면 아마도 우리의 얼씨구 추임새 한마디, 얼쑤 한울림이 이 꿈을 앞당길 것이다.
2002년1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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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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