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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가 지닌 가장 자랑스럽고 위대한 정신, 존재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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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가 지닌 가장 자랑스럽고 위대한 정신, 존재 의미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총각무를 가지런히 줄 맞춰 실은 트럭이 저 멀리 지나간다.
어렸을 때부터 왜 총각무라고 할까 궁금했으며 총각무가 무려 당당히 표준어이다.
사전에는 아무런 어원 설명이 없고 그 단어를 반드시 표준어로 적고야 말겠다는 편찬자의 강력한 의지만 느껴질 뿐.
온갖 음식들이 등장하는 판소리 다섯 바탕에 총각김치는 안나온다.
김치 문화 자체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고 하니 300년 전쯤에는 아마 총각김치가 없었을 듯하다.
200년 전부터 고추와 김장배추가 퍼지기 시작했다고도 하고 1850년 무렵부터 지금같은 통배추 김장김치가 성행하기 시작했다고도 하고
고추김치 역사가 짧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이빨이라 하면 무식하고 이·치아라고 해야 온전한 표현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다.
사전에도 이빨은 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되어 있다.
혹시 입안의 알이라는 옛 한국식 표현으로 입알이라고 한 것을 후에 강하게 발음해 이빨이 된 건 아닐까.
판소리 수궁가에서 토끼간을 구하러 세상에 나온 자라는 최고 무서운 맹수 호랑이를 만나지만 물러서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며 싸워
본인의 가장 강한 무기 이빨로 호랑이 다리를 물고 뺑뺑 돌아서 물리친다.
부패한 거대 권력에 약자들이 맞서고 끝내는 몰아내는 이야기.
천대받던 신분의 광대가 왕 앞에서도 사회의 병폐·부조리를 거침없이 호령조 통성으로 목 놓아 외쳤던 기개.
이것이야말로 판소리가 지닌 가장 자랑스럽고 위대한 정신, 존재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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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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