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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음반박물관에서 느껴보는 삶 & 풍류(176) 국악계 외래어와 한창기 뿌리깊은나무
모국 음악 언어를 지키고 연구하고 널리 알리자고 설립된 국가 기관에서 매년 ‘국악기 제작 아카데미 워크숍’이라는 걸 개최한다.
12글자 중에 7글자가 외래어다.
악기 제작력 이상으로 언어 구사력도 신중, 중요시 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 초등학교에서 기본으로 익히는 사항이다.
그런 정신, 수준에서 국악 용어 정립하겠다고 하였으니 몇차례 시도해도 성과가 제대로 안나온 것이다.
1960년대에 이 국악 기관은 국악기 연구에 의욕을 보이는 듯했으나 흐지부지 되었고 그 시절의 연구 성과나 자료는 제대로 간수도 안되고 오늘날 지식으로 맥이 잘 이어지지도 않았다.
다시 얼마전 비슷한 연구소를 냈는데 간판만 바꿔가며 허탈감만 또 안기는 것은 아닌가.
행사 제목부터가 모국 고유의 문화를 과연 아끼는 곳인지 믿음이 안간다.
이 행사 제목만 실수로 그랬나 봤더니 이 국가 기관에서는 '전통예술 아카이브', 그리고 ‘e-국악아카데미 웹마스터’라는 거의 다 영어로 도배한 이름도 쉽게 눈에 띈다.
이거 무슨 이름인지 미국인, 한국인 등 전세계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바로 아는 사람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 어렵게 껴들어간 국악이란 두 글자가 측은하다. 국악을 가장 보호하고 아껴야 할 국가 기관이 왜 국악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나.
물론 전부 한글을 사용하기가 어려운 분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제목, 이름만이라도 한국말이 좀 많았으면 한다.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세계소리축제'라는 행사에서 이미 오랫동안 대두되었다.
제목을 욕심내서 그렇게 짓다 보니 세계의 모든 소리를 다 대상으로 할 건지, 판소리를 옛부터 지칭해온 소리 위주로 행사를 할 것인지를 두고 10년째 헤매고 제목을 바꾸자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온다.
제목, 방향이 애매하니 자연히 결실이 제대로 맺어질리가 없다.
이렇게 제목을 개념 없이 지어 놓은 대표적인 행사로 '21C 한국 음악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국악 관계 여러 국가 기관들이 연합하여 올해 2010년 4회째 열리는데 세상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이런 게 있었나 할 행사이고 제목만 봐서는 도대체 뭐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 음악을 풀어 제트기를 만들겠다는 건지, 무슨 일을 하는 건지 한참 검색을 해봐야 '창작국악 콘테스트', '국악 창작곡 개발'이라는 부가 설명을 볼 수 있다.
그 부가 설명을 어렵게 찾아 보고 나서도 제목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개념 없이 천박하게 외래어 멋만 부린 제목인 것이다.
행사에 걸맞지 않게 사용한 어설픈 외래어도 그렇고 제목이 명확하지 않으니 자연히 이 행사에서 나오는 음악의 정체성 또한 상당수가 혼란스럽다.
정치·문화·지식을 선도한다는 특수층의 창간지 제목도 갈수록 영문화 되는 추세이다.
외제 명품을 둘러야 안심되는 특수층의 심리와 다를 바 뭔가.
순수 우리말로도 얼마든지 자신있고 기품있게 큰 일을 했던 한창기 뿌리깊은나무가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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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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