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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혹은 을숙도라 할지라도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판소리를 독공하기에 딱 좋은 곳을 발견하다.
제일 부러운 집이다.
지리산에서 약초 연구하시는 분 댁인데 석달 전에 완성하셨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국악, 특히 판소리는 꼭 목이 쉬어야 된다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반세기 이전만 해도 목 안쉰 명창도 많았다.
예전에는 무척 다양한 성음이 존재했는데 점점 현대에 와서 판소리 목은 쉬어야 되고 꼭 이래야 된다는 획일화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정통국악을 무료로 공연해도 관객이 별로 없으며, 거의 종일 서양 클래식 나오는 방송이 있고, 세계 최고가의 서양 정통클래식 입장권이 매진된다는 걸 외국인은 놀라워한다.
반면에 프랑스 등에서 정통판소리 공연이 매진된다는 걸 한국은 깜짝놀란다.
인간문화재는 소외될지라도 그 분들의 예술을 논문으로 쓰면 대접받고,
인간문화재는 예산이 없어 생활보조금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며..
팔순이 되도록 독집 음반 1장 못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퓨전은 수억원도 지원되며 온갖 축제는 몇 십억~몇 백억씩도 지원된다..
예산은 있고 일한 표시는 나야 하고 행정편의상 국악을 끊임없이 비매품 음반으로 만드는 국립기관들이 많다.
국악이 대중화ㆍ세계화 되는 걸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국악에 처음 입문하여 겪는 가장 큰 장벽은 그림의 떡인 국악 CD 비매품 800여종이다.
원로 명인명창들께 여쭈어 보면 상당수 분들이 이렇게 답하신다!
좋아하는 것:국악, 취미:국악, 걱정:국악, 계획:국악 무엇무엇 하는 거, 소망:국악이 발전했으면, 인생이 무엇일까요:제자들이 국악을 잘 이어줬으면..
(만나보면 실제 대다수 이렇게 말씀하신다)
소리판에서 휴대폰 울리고 잡담하는 이가 한명만 있어도 판이 흐트러진다.
국악 안좋아하는 이가 단지 돈, 명예 등 때문에 관련 자리에 한명만 앉아있어도 발생시키는 문제 크다.
예전에 국가국악기관의 어느 공연기획자는 인간문화재 명창한테 무대에서 판소리 너무 길게 부르지 마시고 5분만 해보시라고 했다가
나중에 욕 바가지로 먹고 땅을 치며 후회했었다.
한국인 중에서 아마 가장 욕 많이 먹은,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변학도는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은 있었다.
세계 최고가의 서양 클래식 내한 공연표를 연인 작업용 또는 뇌물성 선물로 함과 동시에,
미개봉된 100장짜리 외제 클래식 전집 음반이 먼지를 쓰고 거실에 거꾸로 진열되어 있는 사례는
어쩌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보다 더 애틋한 장면일지 모른다..
언젠가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판소리 공연을 할 때 추임새가 더 많이 나올 것만 같다.
비록 다소 서툴고 미국의 어느 분처럼 얼씨구를 '을지로'라 하고 얼쑤를 '을숙도'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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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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